대학교 학과 테스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창에 상위 검색어로 오르기도 하고, 심지어 MBTI 테스트 (성격유형검사)로 본인에게 딱 맞는 전공이 뭔지 찾아준다는 서비스도 있더라고요. 나도 정확히 모르는 내 적성에 딱 맞는, 정확히는 “올바른” 전공을 선택해야 하고, 이 일은 “틀리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오늘은 대학 전공 선택하기를 주제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미국도 대학교 학과 테스트나 MBTI 테스트 필요할까요 ?
대학 전공 선택하기, 참 어렵죠.
여기서, 미국 유학이라면 몇 가지 변수가 더 들어갑니다. 유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인데요. 입학 성공률, 졸업 후 취업 전망, 전공별 연봉 순위, STEM 여부, 한국 리턴시 취업 가능 여부까지 챙겨야 하죠.
후… 정말 많네요.
이런 변수들까지 하나둘씩 챙기다 보면, 적성과는 상관없는 비즈니스 (Business), 컴퓨터 사이언스 (Computer Science), 공대 (Engineering), 의대 (Pre-Medicine), 치대, 약대… 이런 유명 전공만 남더라고요.
글을 쓰는 오늘이 22년 6월 15일이니까, 딱 1년 전 저희 집도 전공 고르느라 정말 고민이 많던 때였습니다. 아이에게 딱 맞는 “올바른” 전공을 선택해야 했으니까요. 근데, 이제 와서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면, 이런 고민 너무 안 하셔도 됩니다. 아직 고등학생인데, 어떤 전공이 본인에게 제일 잘 맞을지 모를 수도 있죠.
아니, 못 찾는 게 더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미국 대학은 들어갈 때 선택한 전공과 졸업할 때 학위를 받는 전공이 다른 경우가 아주 아주 많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전공 바꾸는 것은 충분히, 얼마든지, 아주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전공 바꾸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냐…인 거죠. 이걸 받아들이면, 모든 게 쉬워집니다.
지금 이 순간 제일 관심 있어하는 일, 혹은 제일 잘하는 일에 집중하셔서 전공을 결정하시고요. 그걸로 입시 준비하시고, 대학교 입학 후에 혹시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면, 그때 가서 전공을 바꾸시면 됩니다.
데이터 보면서 설명해 볼까요?
아래는 UCLA 대학교에 화학 전공으로 들어간 학생이, 졸업할 때 전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차트입니다. (영문 원본)
2013-2018년 데이터이고요. 학부 기준이라고 해요.
보시는 것처럼, 입학은 568명이 화학 (Chemistry) 전공으로 들어갔지만, 졸업할 때 보면 이중에 44%인 251명만 전공을 유지했고, 나머지는 많이 바꿨죠? 물론, Chemistry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Biochemistry 가 186명으로 두 번째로 제일 많죠? 놀라운 건 아예 관련 없는 전공 – 예를 들면 Economics 나 Psychology로 바뀐 Case도 많습니다.
전공 변경하는 학생들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Economic으로 졸업한 학생을 볼까요?
2,211명의 학생이 졸업했지만, 실제로 Economics로 입학한 학생은 519명 밖에 안됩니다. 물론 Business Economics로 입학한 학생이 1,108명이죠.
그래도 절반 가까운 학생이 다양한 전공에서 출발한 학생들이었고, 특히 Undeclared – 즉, 전공 선택 안 하고 온 학생도 299명이나 됩니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전공을 바꿉니다. 통계에 따르면, UCLA의 경우는 학부 다니는 중에 전공을 바꾼 경우가 30% 였다고 합니다.
좀 더 넓혀서 미국 대학의 전체 학부, 대학원을 다 통틀어서 전공을 바꾼 Case를 구글로 찾아봤어요.
구글 검색에 따르면, 무려 80%의 학생이 1번 이상 전공을 바꿨다고 하네요. (이 통계는 비슷한 전공끼리 철자 하나라도 바뀐 경우까지 다 Count 한 거라고 해요)
어떤가요 ? 이정도면, 대학교 학과 테스트, MBTI 테스트를 굳이 안해봐도 괜챦지 않을까요 ?
입학할 때 선택한 전공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걸 두려워하거나 외로워할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요. 전공 변경은 누구나 겪는 일이거든요.
오호라. 그럼, 입학하기 쉬운 전공으로 일단 들어갔다가 나중에 인기 있는 전공으로 바꿔도 되나요?
아니요. 대학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은 크게 “신고제”와 “허가제”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신고제”는 전공을 Declare 하고 전공 학위를 따기 위해 필요한 Requirement에 해당하는 강의를 들어서 학점을 채우면 되는 방식입니다. 참고로, 90% 이상의 전공이 “신고제”입니다.
“허가제”는 전공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허가를 해줘야 하는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전공들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핫한 Computer Science 가 “허가제”이고요.
이 블로그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Nursing”도 허가제입니다. 심지어 간호학과는 따로 시험도 봐야 하죠. 학교마다 “허가제” 전공에 대한 정책은 케바케라서 각 학교별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의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Washington)에서는 “Computer Science”로의 전과를 아예 허용하지 않습니다. 즉, 입학할 때부터 아주 아주 경쟁이 치열하고요. 입학한 학생이 대부분 졸업할 때까지 전공을 유지하는 케이스이죠. 다른 글에서 알려드린 것 처럼 간호학과도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입학하기 쉬운 전공을 선택해서 더 높은 순위의 학교로 가는 건 가능하겠군요.
예, 그렇다고 합니다!
저도 듣기만 해서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인기전공”을 포기하면 더 높은 순위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공대와 컴사 전공으로 유명한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 나 조지아텍 대학교(Georgia Tech University)에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전공으로 입학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같은 학생이 훨씬 순위가 높은 20위권 학교인 에모리 대학교(Emory University)나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 다른 전공으로 원서 내서 합격하는 경우가 있는 거죠.
주변에서 보기에 그렇게 높은 성적의 학생이 아니었는데, 순위 높은 학교에 들어간 경우를 나중에 살펴보면, 전공을 고르지 않았거나(Undecide)이거나 비인기 전공을 선택해서 일단 상위권 학교에 입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슷한 학과 내에서도 어떤 전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입학 경쟁률이 좀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컴퓨터 사이언스보다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이 조금 더 입학이 쉽더라고요. 이 두 개 전공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유튜브나 다양한 블로그에 많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그외에도 컴퓨터 정보 기술 (Computer Information Technology) 도 컴퓨터 사이언스와 비슷하고 졸업후에도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유사 직종으로 갑니다만 입학은 훨씬 수월합니다.
단, 오로지 입시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그렇더라는 겁니다.
입학이 어려운과로 졸업했다고 해서 인생이 더 나아지는건 아닌 것처럼, 입학이 쉬운과로 졸업했다고 해서 인생이 어려워지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전공 변경이 자주 일어나는 걸 보면, 결국 나에게 맞는 전공을 찾는게 입학할때에도 졸업하고 나서도 가장 이상적인 일이겠죠.
입학하기 어려운 전공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유명한 전공은 상대적으로 다른 전공들 보다 입학하기 어렵습니다.
즉, 대학 순위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학교에서의 경쟁이 아주 치열한 상황이 되는 거죠.
이런 전공으로는 합격증(Admission Letter)를 받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고 원서를 쓰게 되면, Safety 수준으로 생각했던 대학에서도 불합격(Reject Letter)를 받고 현타가 오는 경험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입학이 어려운 전공을 굳이 선택해서 어렵사리 합격했는데, 막상 학생 적성에 안 맞는 경우도 있겠죠
네, 정말 있더라고요.
입시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일에 계속 시간을 쓸 순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순위 1위인 카네기멜론에 컴사 전공으로 입학했지만, 적성에 안 맞아서 3,4학년 때 다른 전공으로 바꾸는 사례도 봤습니다.
그러면 왜 굳이 입학하기 어려운 전공을 선택해서 갈까요?
그 이유중에 하나는 모두가 입학하고 싶어 하는 과는 나중에 학교에서 전공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앞서 소개했던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는 전과를 허용하지 않는 학교도 많고요, 허용하는 학교더라도 그 수가 아주 적습니다.
학교 전체 순위는 중하위 권이지만 특정 전공은 최상위권 대학인 경우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Business School)로 유명한 인디애나 대학교 (Indiana University)에서는 타 전공에서 비즈니스(Business)전공으로 전과하기가 – 정확히는 경영 대학에 들어가기가 – 쉽지 않게 되어 있죠. 그래서, 켈리는 1학년때 다이렉트 입학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대학교 전공 테스트가 필요한 전공 – 간호학과
이렇게 전과하기 어려운 과가 또 있는데요.
바로 이 블로그의 주제인 간호학과 (Nursing) 입니다.
미국 간호학과는 인기도 많지만, 이전 글에서도 설명드렸다시피 정원수도 한정되어 있어서, 해당 전공으로 입하하기도 어렵고, 편입은 물론이고, 타 전공에서 널싱 스쿨로 입학하는 것도 아주 아주 어렵습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전공을 간다면, 어려운 입시를 치룰 각오를 하셔야 하고요.
좀 수월한 전공으로 가거나 전공 선택없이 지원하신다면 현 상태보다 높은 순위의 학교로 가실수도 있습니다.
입학하기도 어렵지만, 미국 간호사는 그야말로 적성이 맞지 않으면 합격하신 이후에도 공부하기도 어렵고, 졸업 후에도 하기 어려운 직업입니다.
전략적 전공 선택도 좋치만, 무엇보다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적성이 무엇인지 찾는게 더 의미 있겠지요 ? 대학교 학과 테스트, MBTI 테스트가 인기가 있는 게 바로 그 이유겠지요.
본인도 잘 모른다는 나의 적성은 과연 어떻게 찾는 게 좋을까요?
글이 너무 많이 길어졌네요.
여기서 1부를 마무리하고, 2부에서는 저희가 입시를 준비하면서 경험한 적성을 찾고 이를 전공에 대입해 보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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