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되기 싫어요”
얼마전, 저희 아이가 영상 통화 하다가 툭 던진 말입니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대답을 했죠. “그래, 싫으면 다른 거 하면 되지.”
너무 쿨하게 받아 쳤는지, 다시 한번 이야기 하네요.
“내가 진짜 간호사가 되길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3학년 2학기. 1년만 더 공부하면 간호학과 졸업인데, 아깝지 않니…’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습니다.
“원래 대학 학부생활이라는 게, 탐구 생활의 연속이야. 적성에 맞는게 뭔지, 뭘 잘하는 지, 뭘 관심 있는지, 원하는 걸 찾게 되면 학부 중에 편입도 많이 하더라. 대학원을 다른 전공으로 가기도 하고”
“그래도 졸업은 해야죠. 엔클렉스 면허증도 따고. 근데, 이래놓고 간호사 안해도 되요 ?”
“네 인생, 네 마음대로지. 하고 싶은데로 해. 아빠는 뭐든지 찬성”
간호사가 되기 싫은 이유
이제야, 간호사가 왜 싫어 졌는지 이야기 하기 시작합니다.
저희 딸 아이는 ‘치유’ 보다는 ‘케어’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간호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면허증이 필요한 직종이므로 취업 문제나, 중간에 회사 짤려서 오갈 곳 없는 신세 될 일이 적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고요. 쉽게 말해 밥먹고 살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마음도 컸다네요.
“간호학 공부를 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막상 임상실습이나 인턴 가서 일을 해보니 재미 있다고 그랬쟎아.”
“응. 특히 환자들이 고마워 하면, 보람도 느껴”
문제는, ‘다른 사람을 케어하는 걸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내 한몸 케어하기도 벅차니, 다른 사람을 케어 하는 건 진심으로 안하고 있구나’고 느꼈답니다.
“사람들 대하는 것보다,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친구들이나 어른들을 참 잘 챙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간호사도 적성에 맞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사실은 본인이 좋아서 한게 아니었나 봅니다.
손 소독약 알러지
마음이 하기 싫은 걸, 몸이 먼저 알아 챈 건지 최근에 ‘손 소독약 알러지’도 생겼다네요. 위생용 장갑을 끼기 전에 소독하다가 알게 되었답니다.
물론, 특정 약품이 들어간 것만 알러지가 있는 거라서, 제품을 바꾸니 괜챦다네요.
‘간호사가 되면, 하루에도 몇번씩 손 소독을 해야 할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블라인드 등에서 좀 찾아보니, 세상에 간호사 선생님분들 중에 위생용 장갑 알러지 있는 분도 계시네요. 그래도 직업이니까 꾹 참고 하신다던데, ‘대단하다’ 는 생각도 들고 ‘직업이라는 게 과연 뭘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수업은 계속 된다
재미있는 건, 저와 이 영상통화가 끝난 이후에요.
그날 뉴욕의 “마운틴 시나이 병원”의 여름인턴 최종 인터뷰가 있었거든요. 영상 인터뷰 시간 거의 1분 남기고 저와의 통화는 끝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 병원 인사 담당자의 첫 질문은 “너는 왜 간호사가 되려고 하니?” 였어요.
제 아이는 목소리 톤을 한껏 올려서, “나는 정말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 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네요. ㅎㅎ
방금 아빠에게 ‘간호사 되기 싫어요’ 라고 했는데… ㅎㅎㅎ
인터뷰 보면서, 현타가 왔을 저희 딸이 참 딱하기도 하고. 세상 살기 참 어렵습니다.
만으로 이제 20살. 세상에 내놓기엔 어린 아이입니다.
‘사회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까지 절제하고 바꾸기도 해야하는 걸 벌써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 하루 입니다.
마무리
뭐 아무튼, 시작한 간호학과 공부는 끝까지 마친다고 하니, 저는 걱정은 덜었고요.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찾는 여정은 계속 되니, 부담없이 잘 마무리 해서 졸업 했으면 하는 마음 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컨텐츠로 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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