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자에게 연간 1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E-4)를 부여하자는 이 법안은 단순한 비자 신설 법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불법 체류 문제, 그리고 한미 FTA 기반 협력 강화라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오랜만에 포스팅 하는 이번 글에서는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E4)의 현실적 가능성과 그 시사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ICE 단속 사태
2025년 9월 5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배터리 공장에서 약 300여 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구체적인 내막은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취업이 불가능한 B1(비즈니스 방문) 비자나 ESTA(무비자 프로그램)를 소지한 상태에서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국민들이 한꺼번에 단속에 걸려 구금된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450명 규모의 현장에서 무려 300명 이상이 불법 신분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였는데요.
현장 근로자 개인들이야 회사 지시를 따랐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이 상황을 만든 기업들의 관리 체계 부실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과연 합법적인 절차와 책임 있는 고용 관행을 지켜 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만약 육체 노동이 금지된 B-1 비자 소지자나, 단순 관광 목적인 ESTA 입국자를 현장 노동에 투입했다면,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자 기업의 잘못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현대차나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신뢰와 ESG 경영 원칙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편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원인으로 “회사가 취업 비자를 충분히, 신속하게 확보할 수 없는 상황”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H-1B 비자는 발급률이 최근 10% 수준에 불과할 만큼 좁은 문이고, L-1, E-2 등 다른 경로 역시 까다로운 심사와 제한이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제때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이거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네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업의 무책임한 고용 방식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미국 취업 비자 제도의 경직성이 문제일까요?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환경에서 ‘비자 문제’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리스크로 부상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내 제조업 현장의 인력 부족
미국 현지에서는 충분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고 있는 건 오늘 내일 일이 아닙니다. 간단히 뉴스 검색만 해봐도 아래와 같은 정보를 쉽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 미국 제조업계는 매월 약 500,000개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 (2025년 6월 1일 Business Insider)
- 전체 제조 공장 중 20.6%는 노동력이나 기술 부족 때문에 정상적인 생산량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어 (Supply Chain Management Review 발표한 자료)
-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약 19%만이 합법적 이민자이며, 무려 22%가 비합법 체류자(Manufactoring.net 9월 3일 발표)
미국내 전문 인력 부족, 고령 인력 퇴직 등 전반적인 노동력 위기의 미국 제조업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기사들인데요.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제조시설을 투자 하게 된다면, 미국 현지에서 충분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술자들을 대거 파견 해야하는 상황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기업 이미지와 ESG 리스크
불법 고용 문제가 불거진다면, 현대차·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발생된 조지아 HL-GA(Hyundai-LG Georgia Battery Joint Venture) 배터리 회사 건설현장에서 이민 단속으로 인해 한국인이 대규모로 구금되자마자, 현대차 그룹에서는 현대차 그룹 직원은 모두 합법적 근로자로 이번 단속에 문제가 되지 않았음을 곧바로 발표 하며 이번 사건과 바로 선 긋기를 했습니다.
불법체류자로 구성된 인력으로 공장을 설립하고 자동차를 만든다는 내러티브가 만들어지면, 미국 차량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미국에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족한 미국내 제조업 현장 인력 문제를 합법적으로 풀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 입니다.
앞으로는 제조 공장 설립 과정에서 투입되는 인력의 선발 및 수급 시, 자사뿐만 아니라 협력사 인력들의 합법적 체류 신분 여부까지 포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제조 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기간과 비용을 산정할 때도 이러한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야 합니다.
미국 제조업 부흥과 비자 제도의 딜레마
최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사건은, 미국이 추진하는 제조업 부흥 정책과 비자 제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해외 기업의 공장 설립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투자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비자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조 시설 건설 기간은 길어지고 투자 결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미국이 기대하는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제때 실현하기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진정으로 제조업 부흥을 원한다면, 고숙련 인력과 해외 투자 기업이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인 전용 비자 Partner with Korea Act (H.R. 4687)의 내용과 현재 상태
어쩌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Partner with Korea Act (H.R.4687), 일명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E-4) 신설 법안이 주목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법안은 매년 15,000개의 전문직 비자를 한국 국적자에게만 부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 기업과 인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E4) 법안 개요 및 현재 상태
- 발의일: 2025년 7월 23일
- 주요 내용: 한국 국적자에게 연간 15,000건의 E4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
- 근거: 한미 FTA(KORUS FTA)를 기반으로 한 양국 경제 협력 강화
- 발의자: 영 김(Young Kim, 공화당 하원의원)을 포함한 양당 의원들
현재 법안은 하원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로, 2025년 9월 7일 현재 아직 청문회나 본회의 표결 단계까지 진전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 비자는 2025년 7월 23일 발의되어 현재 하원 법사위에 회부된 “Introduced” 상태입니다.(법안 진행사항 보기)
참고로 과거에도 유사한 법안(H.R. 2827, 118차 의회)이 발의되었지만, 결국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전례가 있습니다.
양당 발의, 초당적 지지
이 법안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초당적 성격의 법안입니다. 이민 문제는 정파적 갈등이 심한 주제이지만, 양당이 공동 발의했다는 점은 법안 추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지금과 같이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K 등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전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시점이고, 이를 통해 수천 개의 현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어, 미국 정치권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와 같은 법안은 선례도 있습니다.
- 싱가포르: 연간 1,400건 H1B1 비자 배정 (2003년)
- 칠레: 연간 5,400건 H1B1 비자 배정 (2003년)
- 호주: 연간 10,500건의 전문직 취업비자(E-3)를 따로 배정 (2005년)
미·싱가포르 FTA, 미·칠레 FTA, 그리고 미·호주 FTA 를 근거로 해당 국가 국민에게 특정 쿼터를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한 건데요. 싱가포르와 칠레는 H1B1 비자 형태로 사실상 국가 전용 비자를 도입했고요. 호주는 아예 전문직 비자로 E3를 따로 배정해서 쿼터 없이 연간 10,500 건의 취업비자를 배정해주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습니다.
모두 미국과 FTA 를 맺은 국가들이 당시 미국내 인력들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과된 법안입니다.
우리나라는 조선, 원자력, 반도체, 자동차등 미래의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왕 미국과의 제조업 협력을 하는 것을 큰 방향으로 결정한 것이라면, 정부차원에서도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구체적은 협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무리하자면, “한국인 전용 비자(E4)” 법안은 단기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는 카드입니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 모두가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컨텐츠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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