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졸업장만으로도 수많은 기회가 열렸을 전공들이지만, 지금은 인턴십 인터뷰 기회 한 번 잡는 것조차 ‘기적’이라 불러야 할 만큼 세상이 변해버렸습니다. 오늘은 이 막막한 미국 취업 절벽의 현실과 부모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함께하지 못해 유감이다(Regret to inform you)”로 시작되는 메세지
처음 아이들의 취업 소식이 들리지 않을 때만 해도, 저는 그저 아이들이 ‘국제 학생’이라는 신분적 제약 때문에 겪는 일시적인 진통일 것이라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훨씬 더 참혹했는데요. 작년에 졸업한 지인들 중 미국 내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는 단 한 명뿐이었고, 그 어떤 학교의 명성이나 전공의 유망함마저도 더 이상 안전장치가 되지 않더라고요.
최근 발표된 미국 구인·이직 보고서(JOLTS)는 이러한 심증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는데요. 2025년 12월 기준, 미국 내 구인 건수는 645만 건으로 급감한 반면, 구직자 수는 그보다 100만 명이나 더 많아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는 단 0.87개.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본격적인 미국 취업 절벽 시작을 알리는 지표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래 그림은 Statista에서 JOLTS 보고서를 기준으로 2026년 2월 10일 발표한 자료인데요.
구인(Job Opening) 숫자는 2018년을 기준으로 구직(Unemployed person)을 앞서다가 펜데믹을 기준으로 크게 뒤집어졌었습니다. 리오프닝이 시작된 2021년 부터는 Job Opening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2024년 들어서는 Job Opening은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2025년 12월을 기점으로 추세가 뒤바뀌며 노동의 ‘공급 과잉’ 시대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현지 학생들조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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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는 거대한 파도, 사라진 신입 사원의 사다리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단순히 경기가 안 좋아서일까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린 결론은, 우리가 지금 기술적 대전환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대학 교육을 막 마친 ‘New Grad’를 채용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트레이닝시키는 대신, AI를 업무에 투입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AI가 고도화되면서 미국 취업 절벽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숙련된 소수의 인원이 AI와 함께 수십 명의 신입 사원보다 높은 생산성을 내는 시대가 온 것이죠.
‘컴퓨터 엔지니어링’은 물론, 사람의 손길이 절대적이라 믿었던 ‘간호 및 의료 현장’ 조차 AI 기반의 시스템이 실무 경험이 부족한 초보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신입에게 주어지던 ‘교육의 사다리’가 통째로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실무 경험을 쌓아야 취업을 하는데, 실무를 경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졸업을 앞둔 아이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점점 커지고 있네요.
미국 취업 절벽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저희는 일단 대학원 진학이라는 우회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학위를 하나 더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산학 협동’ 형태의 실질적인 실무 경험을 한 번이라도 더 쌓아보기 위함입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올해 대학원 입시 지원생 수가 유독 높다는 소식은 이 미국 취업 절벽을 넘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만약 이런 미국 취업 절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표준(New Normal)이라면 ?”
그러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길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름뿐인 스펙 쌓기보다는 실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파트타임이라도 밑바닥부터 시작하거나, 아예 AI가 아직은 대체 할 수 없는 육체적 숙련도(Skill)를 익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고민들입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피지컬까지 결합된 AI가 보편화 되는 순간이 오면 다 부질없는 것이 될 수도 있겠죠.
이런 환경에서라면 ‘잘하는 일 vs 좋아하는 일’ 중에, ‘잘하는 일’을 선택하더라도 AI보다 로봇보다 더 잘하게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제 생각이 바꿨는데요.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 라기 보다는 ‘자아 실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AI 시대의 생존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예전 글 보기: 잘하는 일 vs 좋아하는 일
4. 대전환의 초입에서,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다 보면 참 막막하죠.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이 거대한 파도가 비단 우리 집 아이들만이 겪는 시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대전환의 시대 초입에 서 있습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이 길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묘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네요. 우습죠.
지금 당장은 정답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이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도 미국 취업 절벽이라는 험난한 파도와 싸우고 있을 모든 졸업생과 그 가족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 또 다른 컨텐츠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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