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랜드 서클 로드트립 #1] 4인 가족 11박 12일 전체 일정 및 코스 총정리 (라스베이거스~솔트레이크시티 루트·숙소·렌터카)

지난 여름, 졸업 여행으로 그랜드 서클(Grand Circle)을 다녀왔는데요. 미국 대학교 졸업식 참석 까지 포함해서 전체 일정 11박 12일로 다녀온 미국 로드트립 코스를 정리해 봤습니다.

프롤로그: 대학 졸업식, 그리고 시작된 미국 서부 대장정

지난 5월, 우리 가족에게는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각자 대학 생활을 하던 아들과 딸이 나란히 졸업을 맞이하게 된 것인데요.

타지에서 긴 시간 학업을 무사히 마친 두 아이의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1년 전부터 일찌감치 가족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학사모를 쓴 아이들의 모습을 직접 눈에 담고, 온 가족이 함께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달리는 그랜드 서클 로드트립을 떠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들이 다니는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엣의 퍼듀 대학교와 딸이 다니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대학교 졸업식이 정확히 같은 날(5월 14일)로 잡히네요.

분명히 2025년 졸업식 때만해도 하루 간격으로 졸업식이 열렸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는데, 올해에는 무슨 일인지 일정이 변경되어서 같은 날 졸업식을 하게 된겁니다.

결국 여행 계획을 조금 수정해서, 여행 초반부는 부부가 각자 흩어져 졸업식에 참석한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합류하는 독특한 동선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네 식구가 모두 모인 뒤에는 렌터카를 빌려 자이언, 브라이스, 페이지, 그랜드 캐니언, 모뉴먼트 밸리, 모압(아치스)을 거쳐 솔트레이크시티로 빠져나오는 11박 12일간의 여정을 소화했습니다.

이번 블로그 연재는, 그랜드 서클 로드트립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총 4편의 주제별 가이드(① 전체 일정 및 루트 원칙, ② 숙박지 리뷰, ③ 맛집 및 식사 전략, ④ 핵심 관광지 및 투어 리뷰)로 나누어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저희가 직접 다녀오며 검증한 그랜드 서클 일정과 루트 설계 원칙, 그리고 현장에서 겪은 실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왜 ‘라스베이거스 IN – 솔트레이크시티 OUT’ 편도 루트를 선택했는가?

[사진: 그랜드 캐년 사우스림]
그랜드 서클 일정 코스를 짤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출발지와 도착지입니다.

보통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해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오는 원형 루트를 많이 택하지만, 유타주 동부 끝자락에 있는 모압(Moab, 아치스 국립공원)까지 일정에 넣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압에서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가려면 이미 지나온 길을 7시간 이상 역주행해야 하거든요. 반면 모압에서 북서쪽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로 올라가면 약 4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고, 대형 국제공항이 있어 렌터카 반납과 국내선 환승이 매우 편리합니다. 렌터카 편도 반납 수수료(One-way fee)가 일부 발생하더라도,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오전 시간을 한 번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랜드 서클 일정 계획 시 세웠던 로드트립 4대 원칙

광활한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들을 열흘 가까이 차로 달리는 만큼, 동선이 꼬이거나 체력이 바닥나지 않도록 출발 전 네 가지 확고한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아침형 관광 + 낮 시간 이동’ 루틴

국립공원은 아침 일찍 움직여야 선선한 날씨 속에서 쾌적하게 트레킹을 즐기고 주차 전쟁도 피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에 핵심 트레킹과 투어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한낮 시간대에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패턴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둘째, 하루 운전은 4시간 안팎으로 제한, ‘일몰 후 운전’은 절대 금지

미국 서부의 도로는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가로등이 전혀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고 야생동물과 충돌할 위험도 큽니다. 안전을 위해 하루 운전 시간은 평균 4시간 안팎으로 배분하고 해가 진 뒤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습니다.

밤길을 급하게 달리는 대신 밝은 대낮에 운전하다 보니,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이 되었는데요.

끝없이 뻗은 도로 너머로 시시각각 지형이 변하는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은 지금도 가장 강렬한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셋째, 숙소는 ‘메리어트(Marriott) 마일리지’와 ‘특화 숙소’를 적절히 배합

11박 12일 동안 4인 가족이 머물 숙박비를 전부 현금으로 결제하려면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메리어트 본보이(Marriott Bonvoy) 마일리지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예약해 보니 공항 부근의 숙소나 깔끔한 3성급 호텔들(Aloft, Element, SpringHill Suites 등)은 추가 비용 없이 마일리지만으로도 충분히 숙박이 가능하더군요. 그렇게 아낀 예산 덕분에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 바로 앞에 위치한 카치나 롯지(Kachina Lodge)나 모뉴먼트 밸리의 상징인 더 뷰 호텔(The View Hotel)처럼 ‘숙소 위치와 창밖 풍경이 곧 여행의 핵심’인 곳들에 집중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넷째,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차량은 가장 크고 좋은 차로

로드트립은 말 그대로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다 큰 성인 네 명이 열흘 동안 각자의 큰 짐을 싣고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니, 차량의 크기와 승차감이 곧 가족의 컨디션과 직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렌터카만큼은 타협하지 않고 가장 크고 좋은 등급의 차량으로 선택해 이동 중의 피로도를 최소화했습니다.

다만 하필 여행 시점과 맞물려 모두가 다 아는 ‘지정학적 위기’의 여파로 현지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었습니다.

큰 차를 끌고 광활한 서부를 수천 킬로미터나 달리다 보니 주유비를 비롯해 차량 관련 비용을 정말 엄청나게 쓰긴 했지만, 긴 여정 내내 가족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태우고 다녔으니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눈에 보는 11박 12일 그랜드 서클 일정 및 숙소

그랜드 서클 일정
로드트립 이동 경로 (Gemini 제작)

위의 원칙을 바탕으로 소화한 5월 12일부터 5월 23일까지의 전체 일정표입니다. 실제 그랜드 서클 렌터카 로드트립은 Day 5부터 Day 11 새벽까지(6박 7일) 진행되었습니다.

  • (Day 1) 시카고 입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 도착 및 숙소 체크인 / Aloft by Marriott Chicago O’Hare
  • (Day 2) 각자 이동: 아내는 세인트루이스(딸)로, 저는 웨스트 라파엣(아들)으로 각자 이동 / 각자 기숙사 및 개인 숙소 이용
  • (Day 3) 졸업식 참석: 아들과 딸의 대학교 졸업식 각각 참석 및 축하
  • (Day 4) 라스베이거스 상봉: 새벽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 집결 → 라스베이거스 구경 및 스피어(Sphere) 쇼 관람 / Bellagio Las Vegas
  • (Day 5) 자이언 국립공원: 렌터카 픽업 → H-Mart 장보기 →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이동 및 트레킹 / The Red Cliffs Lodge Zion
  • (Day 6) 브라이스 캐니언 & 페이지: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 이동 및 트레킹 → 페이지(Page)로 바로 이동 → 홀스슈 벤드(Horseshoe Bend) / Hyatt Place Page
  • (Day 7) 앤텔로프 캐니언 & 그랜드 캐니언: 아침 앤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 투어 →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으로 이동 / Kachina Lodge
  • (Day 8) 그랜드 캐니언 & 모뉴먼트 밸리: 오전 그랜드 캐니언 관광(Bright Angel Trail) → 점심 식사 후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로 이동 / The View Hotel
  • (Day 9) 모뉴먼트 밸리 & 모압: 오전 모뉴먼트 밸리 오프로드 투어(Offroad Trip) → 모압(Moab)으로 이동 →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관광 / Element Moab
  • (Day 10) 아치스 & 솔트레이크시티: 오전 아치스 국립공원 한 번 더 구경 →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로 이동 / SpringHill Suites by Marriott Salt Lake City
  • (Day 11) 시카고 관광: 새벽 솔트레이크시티 공항에서 렌터카 반납 → 비행기로 시카고 이동 → 시카고 오후 관광 / JW Marriott Chicago
  • (Day 12) 여행 종료 및 해산: 오전 시카고 관광 및 휴식 → 아들은 인디애나로, 딸은 세인트루이스로, 우리 부부는 집으로 각자 복귀

완벽했던 계획표, 그러나 첫날부터 시작된 돌발 상황들

여기까지 정리해 놓은 일정표와 원칙만 보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평화롭고 순조로운 가족 여행처럼 보이실 겁니다.

출발 전의 저희 역시 그럴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졸업식+미국 서부 로드 트립이였기 때문에, 졸업식 참석용 정장부터, 로드 트립용 선글라스, 선크림, 모자, 넉넉한 물, 트래킹화, 트래킹용 폴대까지 다 준비해서 갔거든요.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더군요. 저희가 현장에서 겪은 돌발 상황들을 바탕으로, 예비 여행자분들이 꼭 대비하셨으면 하는 세 가지 팁을 덧붙입니다.

사막 지대의 강풍과 모래바람 대비 (보호 안경 및 안약)

페이지(Page)의 홀스슈 벤드 같은 절벽 지대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 많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갔다가 눈에 모래가 들어가는 바람에 다음 날 앤텔로프 캐니언 투어 내내 한쪽 눈만 간신히 뜬 채로 구경해야 했고, 도저히 운전대를 잡을 수 없어 그랜드 캐니언으로 넘어가는 길은 아내가 대신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결국 그랜드 캐니언 내 응급 클리닉(Urgent Care)에서 전문간호사(NP)에게 치료를 받고 다음 날 대형 약국에서 처방 약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사막 협곡 구간에서는 눈을 감싸는 선글라스나 보안경, 일회용 인공눈물을 반드시 챙기시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립공원 내 클리닉(Urgent Care)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두시길 권합니다.

비포장도로 및 비행기 난기류에 대비한 멀미약 준비

우리 가족의 시련은 첫날 시카고 공항에 랜딩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시카고 공항 착륙 직전 비행기가 어찌나 심하게 흔들렸는지, 아내가 극심한 멀미를 겪으며 먹은 것을 전부 토해냈고, 결국 여행 첫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숙소 침대에 누워 잠만 자야 했습니다.

또한, 로드트립 중 그랜드 캐니언에서 모뉴먼트 밸리로 넘어가는 외곽 도로의 노면 상태가 매우 울퉁 불퉁 했는데요. 딸아이가 심한 멀미로 먹은 것을 다 게워내며 큰 고생을 했습니다.

큰 차를 빌리더라도 사막 외곽 도로나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흔들림이 상당하므로, 평소 멀미를 하지 않는 분이라도 한국에서 미리 먹는 멀미약을 넉넉히 준비해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교대 운전자 등록과 후반부 집중력 관리

갑작스럽게 눈을 다쳐 운전이 어려워졌을 때, 아내가 대신 운전대를 잡아주어 무사히 그랜드 캐니언까지 이동할 수 있었는데요.

또한 열흘 가까이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마지막 날 솔트레이크시티 시내로 진입할 무렵에는 피로 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아찔한 순간을 겪기도 했습니다. 렌터카 계약 시 반드시 추가 운전자(Additional Driver)를 등록해 두고,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휴게소 정차 횟수를 늘려 여유 있게 운전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이번 글에서는 전체적인 동선과 로드트립 운영 원칙을 정리했는데요. 긴 여정 동안 매일 밤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었던 숙소들은 과연 어땠을까요?

이어지는 2편에서는 메리어트 마일리지로 알뜰하게 다녀온 가성비 호텔들부터, 벨라지오와 그랜드 캐니언 카치나 롯지, 모뉴먼트 밸리 더 뷰 호텔까지—11박 12일간 머물렀던 전체 숙박지 솔직 리뷰를 이어가겠습니다.

댓글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rror: 복제 금지 입니다.
Copy link
Powered by Social Snap